정치권이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 등록을 의무화하려는 법안을 추진하자 시장에선 찬반 논쟁이 거세다. 음성화된 임대소득을 양지로 끌어내 과세 투명성과 전월세 시장 안정화라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 정책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주택자들을 옥죄는 법안이 마련되면 시장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임대시장은 임대료 상승과 물량감소에 따른 전세난 심화 등 시장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갑)은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1주택 이상 임대하고 있거나 임대하려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등록시 임대기간, 임대료 등 임대차계약 사항을 자세히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관계 행정기관은 국세청에 그 대상자와 과태료 부과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그동안 임대사업자 등록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지난 26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민 의원은 "전세가가 매매가의 90%에 도달할 정도로 전월세난 문제가 심각하다"며 "다주택 임대인들을 임대시장으로 나오게 하는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법안에 적극 공감하느냐"고 강호인 국토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다가구 임대인들이 시장에 나오도록 인센티브를 주자는 내용에 동의한다"며 "(임대인 양성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견을 좁힐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긍정적인 검토의사를 밝혔다.
야당이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당론으로 추진중인 '전월세상한제'의 안착을 위해선 주택 임대현황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가 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소득 과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는 임의규정인데다 세제혜택도 크지 않아 충분한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며 "조세 사각지대인 임대시장을 개선하고 서민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선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관련 제도 도입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국회 처리과정에서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의무화되면 민간임대주택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반대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등록을 의무화하면 다주택자의 세원 노출부담 등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선택에 맡기면서 제도권으로 유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사업자 등록이 의무화되면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 노출이 불가피해 그만큼 세부담이 늘게 되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도 올라간다. 이 때문에 매도 심리를 부추기거나 집주인이 늘어난 비용을 음성적으로 세입자들에게 전가시키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 보유매력이 떨어져 전월세 물량은 감소하고 구매심리 위축으로 매매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며 "시장혼선을 초래할 수 있고 시기적으로도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다주택자뿐 아니라 모든 임대주택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임대차등록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전·월세 주택을 등록한 후 일정 기준에 따라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투명한 과세가 이뤄져야 임대료 상승을 막고 집값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며 "주택·지역별 임대료 수준과 계약기간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임대차등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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