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딱고개의 법칙

 

관악산 연주암 오르는 길에 보면 땀 흘리며 지게에 먹을 것을 잔뜩 지고 산을 오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많은 사람이 목이 마르고 허기가 져서 콜라나 컵라면, 삶은 계란 등을 찾기 때문이다. 옆에는 초등학생 아들과 딸이 양손에 콜라 사이다 한 개씩을 들고 있고 부인도 등짐에 오이와 커피를 메고 있다.

중년 남성은 헉헉거리면서 이 추운 겨울에도 땀을 비오듯 흘리며 관악산을 오르는데 가파른 깔딱고개가 나타났다. 숨이 턱에 닿는다. 잠시 쉬었다 일어나는데 지게가 천근만근이다. 최근에 몸이 더 약해져 작년 다르고 금년 다른 것을 느낀다. 그런데 그만 작은놈이 다리 아프다고 못 올라가겠다며 운다. 작은놈이 들고 있던 콜라를 지게에 올려둔다. 덩달아 계집아이가 들고 있던 캔 사이다 한 개마저 올려놓는다. 애가 다리 아프다고 울자 엄마가 애를 업고 간다며 메고 있던 오이와 커피를 남편 지게에 올려놓는다. 순간 남편은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며 가파른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불과 오이 한 개 사이다 한 개인데…. 모든 힘이 쇠진한 상태에서 오이 한 개와 사이다 한 캔의 무게가 치명타가 된 것이다. 깔딱고개에서는 오히려 사이다 하나 덜어내주는 것이 큰 힘이 될 텐데…. 철없는 아이를 원망할 수도 없다.

 

처자식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우리 대한민국 아버지의 단상이다. 경쟁하고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이 땅의 아버지 대다수가 얼마나 노력하는가. 이제는 오이 하나, 사이다 한 캔 더 짊어지는 것조차 힘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절반(53.1%) 이상은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1주일에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성인 10명 중 7명은 ‘혼술’을 즐긴다. 아버지의 짐을 덜어줘야 할 가족과도 점점 대화는 단절돼가고 있다. 

17세기 프랑스 작가 드 세비녜 후작부인은 편지쓰기를 매우 즐겼다. 출가한 딸에게 보낸 서신은 프랑스 문학의 중요한 고전이 될 정도였다. 그런 그도 “50통의 편지보다 1시간의 대화가 훨씬 낫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이라는 지게를 지고 평생 깔딱고개를 오르는 아버지를 위해 올 연말에는 힘내라고 위로해주며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준식 <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jsshin@jase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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